시 화 (詩 畵) - 음악과 사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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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흔당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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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6 12:34:38, 조회 : 6,227, 추천 :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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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풀어보는 2008년 봄의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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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춥고도 길던 겨울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시침 뚝 떼고 슬그머니 물러가던 지난 3월에
나는 5년간 정들었던 카메라를 아내에게 인계하고 새로운 카메라로 기변을 했다.
여전히 초보찍사인 내게 80%정도는 거의 쓸모없는 기능으로 무장한 카메라인데 욕심만 과하다보니
카메라값의 80%는 과욕의 댓가로 톡톡히 치른듯 싶다.
하지만, 그 탓에 더 열심히 뽈뽈거리고 나돌아 다녀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상쇄
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억지를 부려볼 만도 하지 않은가.
잘나왔든 못나왔든 사진을 보면서 그 모든 불합리함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멋진 여행을, 더 알찬 여행을 할 필요가 생겼다.
추운 겨울에 억눌려 있던 동심은 밝은 햇살 속에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을정도로 발랄하다.
그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들은 발아를 위하여 사랑과 여행이라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봄을 기다려 왔던건 마찬가지였다.
항상 꿈을 꾸지만 여전히 꿈에 머무르고 마는 현실은, 어쩌면 우리가 태어 날 때부터 우리의
씨앗에 무늬처럼 새겨져 있었을거란 생각조차 들게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념은 또 우리를 좌절케 하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얼키고 설킨 잡생각들과 막연한 두려움을 가슴 한구석에 살짜기
뭉쳐서 던져놓고 현실을 외면하듯 우리는 털레털레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늘었던건 사진 실력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장소, 사람이 없는 시간을
찾아내는 동물적인 본능이었나보다.
사실, 사람 많은 장소에서 무지막지한 카메라 꺼내들고 이리저리 재다보면 카메라의 파인더
안을 제대로 볼 경황이 없다. 쫓기듯 찍어야 하고, 때로는 촬영을 포기하고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
동심은 많은 장난감과 값비싼 사치거리를 바라지 않는다.
장난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갖혀 살기 때문이고 값비싼 물건들이 많다는건 그만큼 부모의
사랑이 적었기 때문이리라....
어디에서든 그들은 장난감을 마련할 수 있고,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자연으로부터
얻기도 한다.
가르치는 방법에는 말로 가르치는 것만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가실 때도 있다.
엄마가 모처럼 모델놀이 하고 있으면 꼭 이렇게 작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기도 하다.
엄마,아빠만 근처에 있으면 하루종일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바쁘게 논다.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놀거리는 여전히 많다.
그것이 여행이 갖는 특성이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다.
한낱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고 진지함이 있다.
그냥 보면 모른다.
몇달이 지난후에 사진으로 봐야 알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때로 사진은 거짓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거짓은 이미 거짓이 아니라 승화된 현실이자, 스스로 창조해낸 새로운
세계에 다름아니다.
그 대상이 누구이던 간에 사진을 찍는 사람은 피사체의 표정하나, 주름하나, 얼굴의 작은 점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상대방을 알고자 한다면 골프를 치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난 솔직히 골프보단 사진이 좋다.
썩고있는 골프클럽 팔아서 렌즈하나 더 살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난, 상대방을 알고자 한다면 사진을 찍어주라는 말도 하고싶다.
아내를 조금 더 젊게, 거짓이더라도 조금 더 예쁘게 찍어주고 싶다.
물론 찍히는 아내도 그래주길 바랄터이다.
못찍어봐라. 원판이 원래 그렇니, 몇년을 찍어도 실력이 그모양이니 하고 싸우지 않겠는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사진은 잘찍고 볼 일이다.
우리가족은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지는 못했다.
그리고 별난 볼거리나 특별한 사진을 위해 여행을 다닌 기억도 없다.
그저 커 가는 자녀들이 무료하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곳이면 한번이고 두번이고
시간되는대로 같은 곳으로 찾아다닌다.
봄에 찾아가서 몰래 쌓아둔 돌탑을 가을에 다시 찾아 확인해 보기도 한다.
동심의 왕성한 호기심은 그 곳이 명승지이든 동네 놀이터이든 가리지 않지만, 어른들의
여행은 술과 화투판의 기억 뿐임에도 불구하고 찾아 갔던 곳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제 아무리 오래된 유물이고 세계유일의 무엇이라고 떠들어도 주마간산격으로 훑고 지나간
자리엔 그 곳에 내가 갔었다는 위안 하나밖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족의 여행지는 주로 자연이 된다.
이왕이면 사진도 잘 나오는 곳으로....
자연, 붐비지 않는 자연....
떠날 때의 무거운 마음도 여행을 하면서 여유를 찾고, 답답하던 가슴이 그나마 풀리는 듯
얼굴에 화색이 돌기도 하지만,
그러나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가 있는 법.
돌아가야 할 시간은 언제나 안타깝다.
여행한 시간동안 난 뭘 찾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 굳이 뭘 찾아야만 하는것도 아니지.
늘상 뭔가를 얻어내야 하는것만도 아니지.
오늘은 이렇게 돌아가야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성공이 있기를 바라지 말라.
그르침이 없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남에게 줌에 있어 그것을 은덕으로 생각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곧 은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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