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화 (詩 畵) - 음악과 사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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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흔당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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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2 22:34:30, 조회 : 5,479, 추천 : 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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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새 '사랑이'를 가슴에 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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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남해여행을 다녀오며 남해 물건마을의 해변에서 잡아왔던 작은 바닷게들을 집에서 키우다가
일주일이 지난 4월18일 토요일 저녁에 이 게들을 다대포 바닷가에 방생해 주었었다.
일주일동안 날마다 게들의 안부를 살피던 준웅이의 상실감을 고려해서 좀 키우기 쉬운 동물로 골라볼 요량으로 일요일인 4월19일에
우리는 남포동으로 나가 태어난지 3개월 됐다는 세마리의 잉꼬를 데려왔다.
소연이 새는 '코코', 준웅이 새는 '사랑이', 제웅이 새는 '모모'라고 이름붙이고 근 한달보름여동안 우리집 거실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는데, 준웅이의 '사랑이'는 낮가림이 덜해서 우리와 좀더 친근해졌고, '모모'는 중간정도, '코코'는 유달리 새장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않고 우리들을 경계하는 성격이었다.
우리가족의 친구 '사랑이'
처음엔 '코코'가 몸집이 가장 작아서 세녀석들중에 제일 막내인 줄 알았는데 한달정도 지나게되자 어느정도 서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코'가 가장 우두머리 같았고 '모모'는 두번째, '사랑이'는 제일 졸병같았는데, '코코'는 '모모'나 '사랑이'하고는 무난한 사이로
지냈지만 '모모'는 '사랑이'를 못살게 구는것 같았다.
거실 화분위에 앉은 '모모'
'사랑이'는 제일 졸병이었지만 가장 이쁘장하고 귀엽게 생긴데다가 우리가 같이 놀고싶어서 새장밖으로 녀석들을 불러내면 그다지 큰
경계심없이 우리를 따르는 성격이어서 세녀석들 중에서는 우리들과 제일 친했다.
거실앞 화단 철쭉나무에 앉은 세친구들...왼쪽'코코', 가운데'모모', 오른쪽'사랑이'
그런데 이 아기새들과 같이 생활한지 한달 정도 지난 5월 20일경부터 준웅이의 '사랑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추운지 몸을 부풀리고 활동은 거의 하지않으면서 꼬박꼬박 졸기 일쑤였다.
더구나 '모모'가 '사랑이'를 엄청 못살게 굴었다.
거실앞 화단 은목서 나무에 앉은 '사랑이'
거실앞 화단 은목서 나무에 앉은 '사랑이'
주말에 새를 구입했던 남포동 가게에 나가서 사랑이의 증상에대해 물어보니 감기 같다면서 달걀노른자를 말린 후 음식에 섞어주라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별효과가 없었다.
아픈 '사랑이'를 '모모'의 구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위해 빨랫감 통 바닥에 찜질팩을 깔아 따뜻하게 해서 '사랑이'의 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사랑이'의 증상은 별 차도가 없었다.
거실앞 화단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는 세 친구들
거실앞 화단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는 세 친구들
가끔씩 혼자 떨어져 지내는 '사랑이'가 외로울 것 같아서 '모모'를 '사랑이'의 빨랫감통 집에 옮겨놓고 '사랑이'를 새장안의 '코코'와
같이 있게 해주면 '코코'가 사랑이를 부리로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이'는 항상 추운듯 웅크리고 있었기때문에 보온을 위해서 찜질팩이 깔린 빨래통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코코와 모모의 우정
사랑이와 코코의 우정
지난 토요일(2009.5.30)에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의사에게 보였으나 뚜렷한 증상은 못찾고 왕따로 인한 스트레스 같다는 소견을
들은채 감기약 처방만 받았다.
'사랑이'의 친구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 날 오후 소연이를 오케스트라에 데려다주고 준웅이,제웅이를 데리고 '사랑이'의 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남포동으로 가는 차 안에서
준웅이는 '사랑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수건을 적시며 서럽게 울었다.
코코의 깃털을 골라주는 사랑이
그렇게 '사랑이'의 친구로 데려온 녀석은 사랑이의 희망이 되라는 뜻으로 '희망이'라고 이름붙여 주었다.
새로 하나더 구입해 온 새장의 바닥에 찜질팩을 깔고 양쪽을 이불로 막아서 따뜻한 새장을 만들었다.
'사랑이'는 손수건으로 감싸서 손에 꼭 쥐고 따뜻하게 해주면 따뜻함이 좋은지 밖으로 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아주 편안해했었다.
우리는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으니 이젠 '사랑이'가 차츰 나을거라고 기대들을 했다.
그리고 '사랑이'와 '희망이'가 이 새로운 새장 안에서 토요일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날인 2009년 5월31일 일요일 아침에 아빠는 지난 새벽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던 '사랑이'의 새장을보고 놀랐다.
놀러나간 코코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랑이와 모모
'사랑이가 죽었어!!!"
이 한마디에 온 가족들이 달려왔고 일순간 이 상황을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이내 새장안에 옆으로 누워 꼼짝않는 '사랑이'를
확인하고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준웅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소연이나 제웅이도 그 상황에서 딱히 준웅이를 위로할 말이 없었다.
아니, 우리는 서로가 속으로 울고 있었던것 같다.
처음 데려왔던 세 녀석들 중에 가장 귀여운 녀석이었고 우리를 잘 따랐던 녀석이었는데....
결국 6월을 하루 앞두고 그 짦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제는 우리곁을 떠난 맑고 순한 눈빛의 사랑이
거실앞 화단의 은목서 뒤에 준웅이의 편지한장을 동봉한 '사랑이'의 무덤이 만들어졌다.
하얀 손수건으로 죽은 '사랑이'의 몸을 감싸들고 있던 준웅이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세 친구들의 놀이터였던 거실앞의 작은화단, 사랑이는 이제 은목서 나무 뒤에서 영원히 쉬고있다
'사랑이'가 먼저 떠남으로 해서 '사랑이'친구로 어제 들어왔던 '희망이'는 외톨이가 되었다.
혹시나 '희망이'가 외로움에 스트레스 받을까봐 엄마와 아빠는 오후에 남포동에 나가 '희망이'의 친구를 데려왔다.
이름을 '사랑이'로 하려고 했더니 준웅이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부르면 울 것 같다고 해서 '하늘이'라고 이름지어주었다.
그래서 지금 거실엔 '코코'와 '모모'가 같이쓰는 새장 하나와, '희망이'와 '하늘이'가 같이 쓰는 새장이 있다.
'사랑이'가 떠나버린 허전함을 '코코'와 '모모'도 알고 있을까?
코코는 사랑이와 꽤 사이가 좋았었는데.....
아빠는 '사랑이'의 사진을 한 장 뽑아서 준웅이에게 주었다.
준웅이는 '사랑이'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두고 꺼내보며 슬픔을 달랜다.
아빠도 담배피러 정원에 내려서면 사랑이의 무덤이 있는곳으로 발길이 간다.
한달 보름남짓 우리가족과 같이 생활하면서 쌓인 정으로 '사랑이'는 아빠의 가슴에도 촉촉한 비를 뿌렸다.
사랑아...부디 아픔없는 세상에서 즐거운 꿈으로 편안하게 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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