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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화 (詩畵) - 음악과 사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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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흔당 님의 글입니다.

2009-06-07 16:41:19, 조회 : 5,871, 추천 : 823

누나 만나러 가는 길

2009년 5월 9일 토요일

화창한 봄날씨에 차고위 담장을 타고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올해부터는 소연이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토요일 오후마다 세시간씩 잡혀있는 연습스케쥴때문에 올해

우리가족은 하루이상이 소요되는 여행은 하기가 힘들게됐다.

그렇지 않더라도 주말에도 공부와 숙제때문에 바빠서 변변한 놀이 한 번 가기가 어렵다보니 이왕 소연이가

오케스트라 연습 가는김에 우리가족도 한 번 같이 따라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기로 했다.

소연이를 초읍에 있는 청소년교육문화회관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회관 윗쪽에 있는 성지곡 수원지로 올라간다.

바로가면 어린이대공원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애써 외면하고 오솔길로 방향을 튼다.

어린이대공원에 가봤자 놀이기구 타는것 말고는 특별할것이 없는데다가, 시끄러운 함성과 기계소리에 정신만

산만스럽기때문에 들뜬 머리를 식히려고 갔다가 오히려 꼬맹이들에게 아쉬움과 흥분만 남겨줄 것 같았다.

산에 들어와서 딱히 할 일이라곤 없다.

그저 작대기 하나 주워서 두드리고 놀거나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면서 신기한 곤충들을 찾거나 그도저도

심심하면 목청높여 노래라도 부른다.

이소룡 특유의 폼도 잡아보고

새로운 흥미거리를 발견하고 집중하기도 하고

장단맞춰 노래부르며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없는 적군을 일부러 만들어 정찰을 하면서 새로운 놀이꺼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적군은 어느새 귀여운 산 속 동물이 되어 탐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저런 놀이로 오솔길을 밟아나가면 자연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제공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세계의 표상인 무덤.

어떤 사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빠의 거짓말 보태진 무시무시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둔갑한 무덤주인.

오싹한 느낌에 황급히 무덤가에서 도망치기도 한다.

빨리도망가는 사람은 더 겁쟁이...라는 말도 기억하면서 적당히 무섭지 않은 척 하며...

귀신이 따라오면 태권도로 이렇게... 폼도 잡으면서...

이제 소연이가 연습마칠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기때문에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 내려가는 해저무는 오솔길...

냅다 뛰어서 앞서가기도 하지만

기다려야 하는 곳도 생기게 마련....

그리고 또 걸으면

목적지와 시간은 사라지고 길과 우리가 남는다.

길이 끝나고 목적지가 눈앞에 보일때쯤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시간을 돌려받고 목적지를 상기해낸다.

그리고 그 오솔길 속에서 함께였다는 기억을 우리들 의식의 층에 한겹 살포시 덧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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